신진 건축가 초대의 장 <등장하는 건축가들>은 2024년 여섯 번째 시즌에 건축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여덟 명의 건축가를 만났습니다. 포럼은 이들의 모든 활동을 아우르는 건축적 주제, 아이디어와 이를 어떻게 지속해 왔는지에 집중했습니다. 이들은 ‘나는 어떤 건축가인가’, ‘나에게/우리에게/이 시대의 건축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답하며 지금 자신의 건축을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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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신문은 이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여덟 명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김명준, 사울 킴, 오연주, 정해욱은 포럼을 텍스트로 옮겨 기록했으며, 전재우는 포럼 영상을 그대로 남겼습니다. 이윤석, 이희준, 허성범은 포럼을 거치며 다듬어진 생각을 글로 썼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젊은 세대가 스스로 규정하는 건축적 행위, 표현, 매체로부터 그들의 건축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건축이라는 영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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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건축가: 김명준, 사울 킴, 오연주, 이윤석, 이희준, 전재우, 정해욱, 허성범
- 참여 필자: 박세미
- 원고화: 심하늘, 심미선
- 편집: 심미선
- 기획: 정림건축문화재단
- 포럼 기간: 2024년 7월 10일 ~ 31일
- 발행: 2025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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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하는 건축가들>은 아직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신진 건축가를 초대하여 현장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당신은 어떤 건축가입니까’라는 큰 주제 아래, 독립한 계기, 현재 대표작, 지향점과 특기, 구상하는 조직의 모습 등에 대한 질문들을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새로운 건축가를 함께 알아가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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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를 쓸 용기
“여덟 명을 ‘등장하는 건축가들’로 소개하기까지 스스로를 치열하게 설득해야 했고,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 이들의 시도가 어떻게 평가될지, 몇 년 후 이들 스스로가 이 시기를 어떻게 돌아볼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흑역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기록하지 않는다면, 건축이라는 분야에 일고 있는 (아직은 미미한) 변화나, 이 젊은 건축가들이 무엇을 고민했는지 알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을 포착하고 기록하기로 했다.” - 심미선(『건축신문』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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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진 것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건축이 아니다
“건축가와 건축을 분리하여 이해(해야)하는 한 가지 이유가 여기 있다. 모든 건축가가 항상 본심을 말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어떤 주장은 그가 말하고 싶은 상반된 두 이야기 중 하나일 수 있다. 더욱이 본심인지 여부는 해당 발언의 유효성과 무관하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가의 경험과 작품, 작품과 작품을 섣불리 연결 짓는 비평뿐만 아니라 건축가의 작품을 단일한, 혹은 몇 가지 키워드로 묶는 해석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논의를 확장하는 유효한 생각이라면, 그것이 본심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의견이고, 논의이며, 건축이다.” - 이희준(canon vision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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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떠난 여행의 시작
“건물을 짓는 일/건물을 디자인하는 일/건축, 저는 이 셋이 각각 다른 전문 분야라고 인식합니다. 그리고 세 분야가 동등하며,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렇게 셋을 분리해서 보면 제일 위태로운 게 건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이 셋 중에 ‘건축’만 쓸모가 없습니다. 저는 이 무쓸모에 어떻게 대응하고 포용해 나가는가가 이 시대의 건축적 과제 같기도 합니다.” - 정해욱(미드데이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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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지지 않은 결말
“[...] 레퍼런스, 이미지, 표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건축가는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마냥 거부할 것인가, 포용할 것인가, 무한히 생성할 수 있을 때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정해지지 않은 결말을 향하지만 정해야 할 순간이 올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은 건축가의 authorship(원저자, 저작자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이 시대 건축가에게 주어진 숙제인 것 같습니다.” - 오연주(미드데이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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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들
“우아함을 경계한다. 우아함은 독립적이기를 바라며, 설명할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홀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지운다. 우아한 건축과 도시는 전시된 유리장 안과 밖으로 분열된다. 하지만 세계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유지한다. 건축이란 모순적 관계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건물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이윤석(Various Artists and Architect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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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자연적이었던 적이 없다
“도시의 바깥이 여전히 도시적인 풍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도시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현상이다. 이 순간 건축가의 역할에 제동이 걸린다. 과거의 방식대로 인공성만을 확장하는 건축은 현대 환경의 존재 양상을 구축하는 데에 기여하지 못하고, 이분법적인 인공/자연관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성’에 관한 재정의가 필요해진다. 따라서 오늘날 건축가는 자연적 공간(natural space)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되며, 표상적 체계에 머물던 도시와 자연이라는 공간적 이미지를 비표상 체계의 건축으로 재구축하기에 이른다. 이는 도시-건축-자연이 통합된 하나의 환경, 지속되는 전체(the continuous whole)로 나아가는 단초가 되며, 이 과정 속에 건축이 다시 한번 우리가 살아갈 환경을 적극적으로 규정해야 하는 당위가 생겨난다.” - 허성범(건축적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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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시대의 건축
“[...] 지금은 건축물의 사용자가 편해지기보다 건축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편한 시대인 것 같아요. [...] 꾸준히 디자인함으로써 최종적인 목표를 바라보기보다,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서 빠르게 관심과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도덕적 가치보다 대중의 관심이 중요해졌습니다. 저는 관심은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받기 위해서 윤리와 도덕을 비롯해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세계가 대중의 관심에 따라 돌아가거나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게 건축에는 굉장히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 사울 킴(사울 킴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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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침투, 연결
“[소셜미디어 활동 중에]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는 심적 변화가 있었어요. 학부생 때는 스튜디오 설계가 재밌다고만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대학원생이 되자 건축계 내부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또 주요 팔로워 비율도 학생보다 건축업 종사자가 더 높아졌어요. 그리고 저를 팔로우하던 학생들도 점차 사회인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건축에 대한 애정도가 왔다 갔다 하는 밈이나 현상 설계 공모 로비 밈처럼 삶과 건축계 관련 시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더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학생, 실무자, 디자인 계열 전반으로 소통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 김명준(aka kim_pan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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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등장하는 건축가들의 서가들
“그때 제가 드렸던 메일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포럼이 시작되기 전, 각자 자신에게 중요한(중요했던) 책 두세 권을 꼽아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서가가 그의 세계관을 투영하고 있다고 믿는 저로서는, 또 스무 번 이상 읽은 장 폴 사르트르의 『벽』이 저의 글쓰기 면면에 깊숙이 침투하는 경험을 한 저로서는 여러분을 이해하는 데 그 짧은 목록이 꼭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 박세미(도미노프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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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15년동안 지속적으로 건축적 소비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건물의 최종 목표는 기념품입니다! - 전재우(하이퍼스팬드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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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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