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에는 천년의 문, 등촌동 어울림플라자,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강감찬도시농업센터, 노무현시민센터, 이렇게 다섯 개 공공건축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천년의 문은 2023년 초에 불거진 서울링 사건으로 느닷없이 재소환된 지난 세기말 국가 프로젝트의 어둡고 힘겨운 시간을 복기했습니다. 등촌동 어울림플라자는 처음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각자의 일상을 영유할 수 있는 공공장소를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은 허술한 기획과 비현실적인 예산과 기술의 피상적 이해가 공공건축을 어떻게 잘못된 방향으로 밀고 가는지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강감찬도시농업센터는 공모 당선작은 아니지만 적절한 기획과 상호신뢰 속에 태어난 성공적인 공공공간입니다. 반 공공건축이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시민센터는 시민에 의해 향유되는 진정한 공공성의 공간은 어때야 하는지, 또 어떨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을 남겼습니다. 이번에도 이야기 주요 당사자는 설계자 그룹이지만, 건축 협회, CM 단장, 시설의 기획자와 운영자 들의 귀한 목소리를 최대한 함께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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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럼 참여자: 윤승현, 이규상, 고광현, 우대성, 정상재, 임형남, 권혁찬, 임종률, 전숙희, 고재순, 이소진, 이정은, 박혜진, 한승재
- 원고화: 김보경, 박세미, 최정원
- 편집: 김상호, 심미선
- 기획: 정림건축문화재단
- 포럼 기간: 2023년 5월 25일 ~ 11월 15일
- 발행: 2025년 1월 10일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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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는 공공건축 당선작의 핵심 디자인, 실현 과정, 운영 상태를 모니터링함으로써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사회에 건강하게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당선과 완공이라는 단편적 관심이 아니라, 그 앞과 뒤, 과정 전반에 걸친 의사결정과 협의 과정을 짚어봄으로써 당선작이 지나는 복잡한 경로를 살핍니다. 이 책은 정림건축문화재단 포럼 시리즈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 2023년 포럼 현장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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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라는 이름의 민주주의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를 처음 시작할 때 이 포럼이 공공건축의 경로를 그저 뒤쫓기만을 바라진 않았다. 열린 논의와 토론을 지렛대로 삼아 잘못된 경로로 들어서기 전에 바로잡고, 뻑뻑한 제도와 낡은 관행을 협의를 통해 뛰어넘을 수 있기를 바랐다. 나아가 해마다 새로 지어대는 수많은 공공건물이 정말 다 필요한 것인지, 모두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점검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공공건축의 소식과 정보를 찾고, 참여 주체들을 섭외하고, 발제와 토론을 준비하고, 포럼 자리를 여는 동안 마주한 현장은 앞뒤가 벽으로 막힌 가운데서 공회전하는 불합리와 부조리의 늪 같았다.” - 김상호(『건축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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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동어울림플라자: 설계안
- 윤승현, 이규상, 고광현 -
“보통 공공시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드러내야 하는데, 정작 이용할 시설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울림플라자 계획에는 수익시설이 들어간다는 내용이 있다. 그 계획 덕에 어울림플라자에는 커피숍, 편의점도 들일 수 있고, 주민을 위한 상점이나 다른 문화시설을 장애인복지 앵커시설에 섞을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 모든 것을 엮어 마을과 결속되는 장소를 생각했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공간이 될 수 있다.” - 윤승현(인터커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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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동어울림플라자: 추진과정
- 윤승현, 이규상, 고광현 -
“장애인 대상 연수 프로그램, 도서관, 공연장, 수영장, 체육센터 등 주민편의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교육 연수 프로그램으로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여가 기회를 확대하고, 주민편의시설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조성된 만큼 통합적인 콘텐츠 개발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 프로그램들로 일상에서 모두가 자연스럽게 동행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 고광현(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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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문 1999, 2023
- 우대성 -
“앞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애초 설계자였던 나 스스로 지금 저것이 지어지는 것이 맞는가를 생각해봤다. 첫 번째로는 시의성이 사라졌다. 2000년에 국가적인 상징물을 만들고자 했던 목적이 지금 달라졌다. 그리고 2000년에는 비어있는 원형 건물이 세계 최초이고 유일했는데, 어찌 됐건 지금은 중국의 Ring of Life 등 비슷한 것들이 생겼다.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기엔 궁색한 상황이다. 또, 과연 지금 시대에 이 방법이 여전히 유효한가? 지금은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지금 시대정신에 맞는 것을 공론화를 통해 만들고, 설계공모를 통해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 우대성(우연히,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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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문이 남긴 판례와 저작권
- 우대성, 정상재, 임형남 -
“세상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모든 제도라는 것은 투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밖으로 시선을 돌리기 전에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먼저 주목해봤다. 포트폴리오 만들 듯이 자기 작업에 대한 천자 미만의 텍스트와 도면 이미지만 있으면 2만 6천 원으로 저작권을 온라인 등록을 할 수 있다. 저작권 등록은 창작자라는 인식의 표현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 우리 스스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로마법 중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 정상재(새건축사협의회 저작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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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당선과 실현
- 권혁찬, 임종률 -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공사비였다. 공사 단가를 계산해보면 대략 평당 1천만 원이다. 이전 비정형 프로젝트들의 공사비 사례를 살펴보면 철골조냐 RC조냐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지만, 대략 평당 2천만 원이 들었다. 그것도 10년 전 이야기고 지금은 더 올랐을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이 문제를 착수보고 시에 절대 언급하지 말라고 했지만, 우리는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하여 발표했다. 현재 예정 금액(218억)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금액인지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착수 보고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열심히 잘 하겠다’고 발표한다지만, 이번에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어떤 확신이 들었다.” - 권혁찬(위드웍스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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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공사와 감리
- 권혁찬, 임종률 -
“현재 공사 기간을 4개월 연장했지만,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 발주처를 설득하기 위해 설계사, 감리단, 시공사가 협력하고 있으며, 공사 기간 연장과 공사 금액 조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금액도 발주처가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추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건축물과 설계 의도를 구현할 수가 없다. 감독관이나 관련 담당자들도 1~2년마다 교체되기 때문에 발주처에서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결국 설계사와 감리단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는 것도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 임종률(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CM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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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시민센터
- 전숙희, 고재순 -
“지금은 시민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대관을 조금씩 지원하기도 하고,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단 홈페이지를 활용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플랫폼 역할은 오프라인의 노무현시민센터로 확장, 구현되고 있다. 시민들이 대관을 하러 온다는 건, 이 공간이 문 닫힌 시간이 많지 않고 죽어 있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관 시간에 너무나 다양한 시민 단체, 혹은 개인, 기업에서 여러 행사와 사업을 벌이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원했던 바로 그 목표대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구나, 뿌듯하다.” - 고재순(노무현재단 사무총장)
"우리도 그런 결정의 과정을 같이 배웠다. 사실은 노무현시민센터는 공공건축은 아니었는데 공공건축보다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자금을 민간에서 다 마련한 것도 아니고 공공에서 다 준 것도 아닌, 섞여 있어서 그것을 쓰는 방법이 굉장히 투명해야 했다. 여러 상상할 수 없는 의견들이 있기에, 그래서 더 절차를 아주 강직하게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전숙희(와이즈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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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도시농업센터
- 이소진, 이정은, 박혜진, 한승재 -
“공원도 그렇고 공공건축도 그렇고 모든 시민의 의견을 다 받아버리면 방향성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초기 목적이나 콘셉트가 있었을 텐데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운영자가 많은 고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상을 받은 이유도 농업과 건물과 주변의 텃밭 환경이 어우러진 덕분이지 이 건물 자체로는 아니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말고 콘셉트를 살리면서도 시민 의견을 많이 반영해서 계속 잘 운영해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 이정은(관악구청 도시농업팀 주무관)
“좋은 공공건축은 시민의 자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사람에게 공공건축이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면서 자랑이 되는 경우를 목격하고는 한다. 배봉산 숲속도서관에 갔었는데, 시민 한 분이 이곳이 너무 좋아서 지방에 있는 자녀들에게 엄청나게 자랑했다고 말해줬다. 그런 걸 보면서 되게 놀랍고 감동적이었는데, 공공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가진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 말고, 공공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공공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잘 됐을 때 시민의 자랑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 이소진(리옹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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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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