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점검> 시리즈 여섯 번째 건축가는 와이즈의 전숙희, 장영철입니다. 넓은 시야로 툰드라를 살피는 초식 생물처럼 우리를 둘러싼 사회경제문화의 변화 양상에 높은 감수성을 보여온 와이즈는 여전히 그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선택과 결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기를 거쳐 ‘좋아서 하는 일’을 함께, 또 각자의 방식대로 찾아가고 있습니다. ‘95%의 건축’과 가라지가게는 최근 와이즈의 관심,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기술진화, 인구감소와 같은 동시대 거대담론에 다시금 촉을 세우고 있는 이들의 모습으로부터 앞으로 펼쳐질 와이즈의 건축적 실천을 기대하게 됩니다. ⌨활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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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 전숙희, 장영철
- 인터뷰 및 원고화: 김상호
- 편집: 심미선, 김상호
- 기획: 정림건축문화재단
- 인터뷰: 2022년 8월 30일, 11월 3, 25일
- 포럼: 2023년 5월 18일
- 발행: 2024년 6월 18일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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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점검>은 2010년 전후 무렵 젊은 건축가로 호명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중진 건축가의 심층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건축가로서의 깊이와 여유가 묻어나는 한편 여전히 치열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때와 지금, 다가올 미래를 묻습니다. 그리고 건축가 개인의 관심사를 확장하여 건축계에 산재한 이슈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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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숙희, 장영철과 세 차례 인터뷰, 한 번의 포럼을 기록한 것으로, 와이즈의 어제, 오늘, 내일을 말합니다. 오늘날 중견 세대가 경험한 시대적 상황부터, 지금을 사는 건축가로, 소상공인으로 고민하는 지점들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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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몸소 직접 만들고, 프로젝트 속으로 뛰어들다시피 하는 실천의 밑바탕에는 ‘일상의 건축’이라는 모토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보편적인 말이 되었지만, 2008년에만 해도 건축의 일상성에 관한 이야기는 막 시작되던 시기였고, 그 중심에 와이즈가 있었다. 16년 전 우리 건축계는 작고 평범한 것에 별 관심이 없었고, 특별하거나 거창하거나 심오한 것을 좇았다.” -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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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의 여러 가지 현상들이 우리가 예측하는 수준보다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 생태계의 변화는 사회적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질 텐데, 그것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세계 곳곳의 전쟁과 분쟁도 우리 일상과 건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디서도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접하기 어렵다.” - 전숙희
“기후변화는 거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작은 사무소의 실무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이것은 건축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거기에 대처하는 태도는 크게 둘로 나뉠 텐데, 하나는 자신의 라이프 패턴을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기술로 극복하는 것이다. 나는 후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 장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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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의 변화
“‘smallness’의 방향과 전략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능했고 잘 작동했다. 하지만 그 방식만 고수하기는 어려워졌다. 일상적인 것들이 더는 현실에 맞아 들어가지 않게 됐다. 날씨가 예전 같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태 변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질 것 같다. 지금 당장 확실하게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가고 있지는 않고, 건축을 하는 방법과 태도 차원에서 경로를 재탐색하는 과정에 있다.” - 전숙희
“나는 지금 와이즈건축에서 떨어져 나온 상태다. 그 뒤로는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 전 소장님은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더 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다. 건축의 시스템이란 발주 체계, 시공 방식, 법체계 등 건축을 ‘이용해먹으려고 하는’ 어떤 공고한 체제다. 그것이 점점 건축 행위를 쉽지 않게 만드는 중이지만, 어떻게라도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방향을 와이즈건축은 계속 찾고 있다.” - 장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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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지가게
“‘smallness’라는 우리 생각이 틀리지 않았고, 그것이 내게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다시 하고 있다. 작은 프로젝트의 강점, 즉 직접 실행해볼 수 있다는 점, 직접 프로그램을 넣을 수 있다는 점, 직접 재료를 실험할 수 있다는 점들이 ‘smallness’의 변함없는 가능성이다. 이 세 가지 강점이 하나로 맞춰질 수 있는 형태가 요즘 구상 중인 ‘빼빼집’ 프로젝트다.” - 장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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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의 지금
“그동안 와이즈건축이 일해온 방식은 바뀌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스티브 잡스가 말한 ‘stay hungry stay foolish’에 잘 들어맞는 사람이다. 가만히 뭔가 하나 하고 나면 10년이 지났음을 알게 되는 사람, 하나의 일을 긴 시간 동안 무던하게 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의 시간을 카운트다운하듯 세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일을 끝내고 나서야 고개를 드는 사람이다.” - 전숙희
“우리는 늘 건축을 거대 담론에서 시작한다. 사회문제라든지, 철학적인 접근이라든지, 도시적 접근을 통해 건축을 생각한다. 나는 지난 7년 정도 방황하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보니 이 모든 것이 먹고 사는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설계를 의뢰한다는 것도 그 집에서 먹고 자고 사는 것을 어떻게 좀더 멋있게 할지를 의뢰하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의뢰인이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를 해결해줘야 한다.” - 장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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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보통 계약서 한 장으로 시작되는 일은 계약 당사자 양쪽 다 자신들의 앞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렇게 해결하면 되겠지?’라는 감만으로 일하는 것이다. 건축주와 건축가는 서로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은 계속 의심한다. 많은 경우에 그 의심을 통해서 건축가가 생각을 되풀이하고 결과가 더 좋아지기도 한다.” - 장영철
“사람들이 계속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묻는다는 것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물을 이유가 없다.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묻는다. 나는 건축가를 나무를 기르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하고 싶다. ‘나무’를 ‘공간’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곧 건축가의 역할이고, 나무가 하는 사회적 역할이 뭔지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곧 건축의 사회적 기능이지 않을까.” - 전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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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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