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건축신문은 <등장하는 건축가들 5>입니다. 지난 여름, 사전 인터뷰와 포럼을 함께했던 여섯 팀의 젊은 건축가 이야기를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서문을 쓰려고 지난 시간을 찬찬히 돌아 보다가 너무나 다른 여섯 팀 사이에서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바로 ‘건축’을 넓히는 에너지였습니다. 어쩌면 그 힘에 이끌려 다섯 번째 시즌을 꾸렸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들의 넘치는 기운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활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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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건축가: 전연재, 김현종, 한지영, 황수용, 박주영, 정진서, 김헌, 최정인, 이다미
- 인터뷰어: 박세미, 심미선
- 원고화: 박세미, 심미선
- 편집: 심미선
- 기획: 정림건축문화재단
- 발행일: 2024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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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하는 건축가들>은 “당신은 어떤 건축가입니까?”를 주제로, 최근 눈에 띄는, 혹은 알려지지 않았던, 그동안 궁금했던 젊은 건축가를 만나는 자리입니다. 각 팀의 결성 배경, 경험, 작업, 관심사, 지향점 등을 함께 묻고 답하는 포럼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반복이 아닌 누적을 목표로 동시대 젊은 건축가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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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시즌(2023)에는 마니, ATELIER KHJ, 라이프, 폼앤펑션, 일상, 플로라앤파우나를 만났습니다. 각양각색의 여섯 팀으로, 자꾸만 좁아지고, 어려워지는 건축을 더 넓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려는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1장 ‘당신은 어떤 건축가인가’에서 각자의 소개와 대표작, 어떤 관심사와 방향성을 가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2장 ‘지금 젊은 건축계’에서 건축계 현황에 관한 생각을 주제 별로 모아 정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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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당신은 어떤 건축가인가
지금 젊은 건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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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 전연재
“우리 사무소는 회사보다는 스튜디오의 형태를 지향한다. 개별의 고유성을 유지하려 하고, 조금은 가볍고 자유롭게 영역을 넘나드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연극, 사진, 출판, 전시 영역을 탐험하고, 브랜딩과 기획, 연출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많은 프로젝트를 하고자 하는 욕심은 없다. 소수의 일을 정성껏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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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솔안공원 도서관 “공동주택으로 둘러싸인 근린공원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으로, 어떻게 자연을 들일 것인가와 한정된 공간을 어떻게 풍요롭게 누리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오픈 플랜을 기본으로 하되,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공간과 성인을 위한 공간, 입식 공간과 좌식 공간, 1인, 2인, 4인, 12인, 50인을 위한 공간이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며 하나의 집을 이룬다.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가 책, 자연, 청소년이어서 특히나 애정이 깊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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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ELIER KHJ / 김현종
“우리는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건축을 바라본다. ‘단단하고 굳건하게 서있는 건축이 때로는 친구처럼 느껴지게 할 방법이 없을까? 무겁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건축과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대중의 사이에서 우리가 매개체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유연한 모습의 건축을 고민한다. 이것이 우리가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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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점점점점점점 “재료의 가공을 최소화하고 자원이 순환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자 했다. 공간이 사라지더라도 쓰인 재료 대부분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금속을 많이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주재료로 사용된 폐알루미늄 압축 큐브는 재사용을 원한다면 그대로 용광로에 넣으면 되는 형태로 제작했다. (...) 2021년 사무실의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친환경 작업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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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 한지영, 황수용
“건축가라면 대중이 건축을 문화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한다. 사옥 일부를 개방해서 문화 행사 용도로 쓰고자 하는 것도 그런 역할을 실천하려는 하나의 방식이다. 건축 행위 자체를 공공적인 틀 안에서 보고, 우리가 건물을 세움으로써 건물 자체가 이 마을의 일원이 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 황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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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브레이스 “우리는 이 땅에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시선을 열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서 독특하게 풀어보자고 제안했다. 클라이언트에게는 내부에 기둥이 없으면 공간 활용도도 좋고 임대 면적도 더 넓어진다고 설득했다. 외피로 보이는 사선의 기둥이 구조적으로 주기둥의 역할을 한다. 구조적, 형태적으로 새로운 시도였고, 그래서 우리의 대표작이라 생각한다.” - 한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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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앤펑션 / 박주영, 정진서
“공간부터 시각까지 모두 디자인하지만 단지 모든 것을 의미하는 ‘통합’이란 단어보다 우리가 추구하는 무엇이 담긴 더 적확한 의미의 키워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체를 고려하여 작업을 하지만 모든 것을 통제하는 의미의 디자인을 추구하지 않는다. (...) 다양한 가능성의 기초를 만드는 것이 아이덴티티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우리가 함께 작업하는 큰 장점이자 추구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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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ildio Coffee Roasters “쇼룸은 철거된 면의 거친 질감과 독특한 평면 형태적 특징을 살려 장소의 기억과 시간의 흔적이 드러나도록 디자인했다. 거친 면을 살려 둠으로써 공간이 지내온 시간을 시각화했고, 이와 대비되는 새로운 물성과 이미지를 적층하여 ildio의 콘셉트를 표현했다. 쇼룸을 방문한 고객들이 일종의 전시를 경험하며 브랜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 박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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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김헌, 최정인
“우리는 건축이 일상과 가깝기를 원한다. 여기에서 ‘일상’은 모든 이들의 일상이기도, 일상건축의 하루하루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택가, 1층, 내어주는 공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우리들의 공간을 만들고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일상에 가까워지기 위한 행위 혹은 공간 만들기는 우리에게는 끝나지 않을 과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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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둥글집 “아버지의 집을 짓고 싶은 아들이 우리를 찾아와서 시작한 일로, 우리는 부자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여러 고민과 설득과 중재를 거듭한 끝에 설계자와 부자(父子) 클라이언트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 둥글집이 우리 작업의 지향점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둘의 협업 시스템이나 설계부터 시공까지의 과정이 의미가 있었던 프로젝트라 애정이 남다르다.” - 최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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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앤파우나 / 이다미
“사실 건축을 배우며 가장 처음 인식한 나의 특징은 그리는 것,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었다. 가구와 기둥과 벽과 계단과 지붕의 모양을 미묘하고 불순하게 그리는데 열중하는 것이, 결국엔 그런 것들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그려지는 지에 대해 관여하고 간섭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니까 내가 소개하는 나라는 건축가는 세상을 서로에게 소개하기를 열망하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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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드랙 뮤지엄’ “여장 남자라고 알려진 드랙은 자기 이물감과 젠더의 재현 불가능성을 불완전함과 과장/전복된 전형성의 에너지를 동력 삼아 지속적인 자기표현과 커뮤니티의 놀이로 나아간 사례이다. 재현의 시도와 실패의 순환이 건축가가 이미지를 다룰 때 그 힘의 메커니즘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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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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