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뉴스레터는 재단 가족의 꾸러미를 열며 시작합니다. 일종의 왓츠 인 마이 백(What's in my bag) 챌린지처럼, 각자의 플레이리스트, 서점 장바구니, 유튜브 재생목록에 관해 가벼운 마음으로 써보았어요. 서로의 꾸러미를 들여다보니 새해를 맞는 각오와 기분이 좀더 구체적으로 느껴집니다. 여러분의 새해 꾸러미엔 무엇이 들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활자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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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저의 플레이리스트를 잠깐 공개해보자면, 저의 지워지지 않는 연말연시의 PICK에는 보아의 <ID: Peace B>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가수, 보아의 데뷔곡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독기 가득한 보아’ 비슷한 제목으로 소환되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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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입, H.O.T나 젝스키스같이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연상의 남성이 누리는 그 스포트라이트를 나와 동갑내기인 여자아이가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심란함으로 ‘듣고 싶지 않은 노래 목록’에 넣어둔 지 오래인데, 어느 때부터인가 저는 연말병이 도질만하면 이 노래를 찾아 듣습니다. 정말로 독기 가득한 그녀의 첫 시작을 음미해 볼 심산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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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어떤 꿈을 꾸고, 그걸 향해 경주마처럼 달리는 모습이 화석처럼 남아 “동기 부여 짤” 따위로, 혹은 아름다운 청춘을 회고하는 레트로의 시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바로 그 지점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에 몰입할 줄 아는 사람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나의 평가가 어느새 냉소적으로 변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냉소적인 시선으로 말미암아 ‘나도 한때 그랬었지’ 정도로 무마하고 싶지는 않은 새해, 2024년의 1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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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Peace B>가 여전히 뿜어대는 쇠심줄 같은 어떤 힘이 정녕 한 시기에만 나오고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의심해보며- 그 무엇보다 강한 낙관의 힘으로 또 올 한 해의 서두에서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시-작.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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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뉴스레터 많이 열어보시나요? 뉴스레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니 부끄럽지만, 저 역시 구독은 많이 해도 꾸준히 열어보는 건 손에 꼽습니다. 그중에서 드물게 오픈율 90%에 육박하는, 메일함에서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에 얼른 열어보는 뉴스레터 중 하나가 바로 출판사 ‘반비’의 <책타래>입니다. 신간과 엮어서 함께 읽어볼 만한 책들을 소개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읽어보진 않았으나 읽고 싶어 담아둔 책들을 나름의 이유와 함께 소개하는 ‘편집자의 장바구니’라는 코너를 가장 좋아해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책과 작가를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한데, 소개글을 또 얼마나 맛깔나게 쓰시는지 뉴스레터를 읽고 나면 제 단골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에도 몇 권이 추가되곤 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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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저도 제 장바구니에 담긴 책 한 권을 소개해보려 해요.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100여 권의 책들 가운데 고심 끝에 건져 올린 한 권은 바로 그림책 <해님이 웃었어>입니다. 기쿠치 키치의 그림은 분명 힘들이지 않고 쓱쓱 그린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종이 밖까지 에너지가 넘쳐흘러요. 저는 마음이 한없이 작아지는 날, 같은 작가가 그린 <나의 비밀>을 읽으며 기운을 내곤 하는데요. 올해는 이 책과 함께, 환하게 웃는 어린아이를 볼 때처럼 맑게 갠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장바구니에는 어떤 책이 담겨 있나요? ✨3반 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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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거의 보지 않는 제가 챙겨보는 콘텐츠 중 하나는 <핑계고>입니다. 핑계고는 연예인 유재석이 무엇이든 핑계를 대고 친구, 동료를 만나 주야장천 수다를 떠는 것이 내용의 전부입니다.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커피를 석 잔씩 마셔 가며, 도중에 라면을 끓여 먹어 가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대는 모습을 보다 보면, 내가 지금 내 친구들 떠드는 옆에 앉아 있나 싶은 착각도 들고, 누군가에게 무작정 연락하게 만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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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고는 이렇게 무해하고 유쾌한 콘텐츠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 있는데, 저의 관전 포인트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톱스타의 도전에 있습니다. 30년 넘는 방송 경력에도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자기가 해보고 싶은 내용으로, (유튜브와 방송 모두의) 문법을 깨는 시도를 이어가는 행보가 놀랍습니다. 그가 갖는 기존의 인지도로 인해 그저 ‘유튜브 생태계 파괴자’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콘텐츠로 승부를 겨루는 세계에서는 결국 ‘사람들을 얼마나 즐겁게 해주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핑계고는 성공적이고요. ‘계원’ 한 사람으로서 다음 콘텐츠 업로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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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건축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그의 능력이 그저 부럽습니다. ‘과연 건축으로도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하고 맥이 빠지다가도, 건축을 알아가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집니다. 그래서 저는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골방에 콕 박혀 교열교정을 실컷 보다가,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켜서 소셜미디어 카드 뉴스도 만들고, 포럼과 행사에서 사회도 보고, 새해에는 미래의 동료를 만나기 위해 워크숍 강사를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여러분의 손끝에 가 닿도록 한 발짝씩 나아가보려고요. ⌨활자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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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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