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대학이 5년제 체제로 들어선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건축설계 교육의 질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잃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설계는 건축학의 꽃이지만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설계에만 몰두한 사이 언제부턴가 ‘탈건’이라는 그림자가 우리 위에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탈건이 사실 탈 건축이 아닌 탈 설계라고 뒤늦게 변호해봐도, ‘건축=설계’가 된 지금에는 동어반복일 뿐입니다. 건축이 사회에서 홀로 존재할 수 없듯 설계도 건축의 세계에서 홀로 설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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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자신만의 역사가 있고, 그것은 더 넓은 일반사, 문화사와 함께 존재합니다. 건축에는 자신의 형상을 정립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도 있습니다. 건축은 공학을 분리시켰지만 여전히 공학이며, 그 토대 위에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건축을 소비하고 사용하는 다양한 그룹과 층위가 있습니다. 이때 건축은 상품이기도 하고 또 다른 기록과 정리, 전시의 대상이도 합니다. 이 모두가 모여서 건축이라는 분과학문을 만들고 나아가 생태계를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어느 것 하나가 사라지면 이 생태계와 학문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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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건축문화재단은 이런 문제의식 아래 ‘탈건학부’를 개설합니다. ‘탈건’은 건축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건축을 다시 넓게, 멀리, 새롭게 펼치고 싶다는 뜻입니다. 탈건학부의 수업들이 희미해진 건축의 다른 영역들을 회복하고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확장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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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복제 가능성 시대의 예술작품」(1936)에서 발터 벤야민은 “역사의 전환기”에 건축은 “규범적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건축물의 수용은 시각과 촉각 양자를 통해 이뤄지는데, 전환기에 “인간의 지각기관에 부과된 과제”는 “시각” 중심의 “관조”와 “집중”이 아니라 “촉각적 수용”을 매개로, 특히 건축물 경험에 내재하는 “습관/익숙함”과 “정신분산”을 통해 해결될 수 있습니다. 파시즘이 유럽과 아시아를 뒤흔들던 당시, 벤야민이 ‘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한 건 정작 건축이 아니라 영화였지만, 그 영화가 VR을 지향(해야)한다고 간주되는 ‘Vision Pro’의 시대에 건축의 위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본 강의는 ‘모든 단단한 것들이 정보와 알고리즘 속으로 녹아내린다’는 ‘디지털 시대’, 특히 그것의 가장 강력한 진앙지라 할 ‘사이버네틱스’ 프로그램과 ‘단단한 것’의 대명사인 건축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살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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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8(수) / 왜 (다시) 사이버네틱스인가?
- 6.30(금) / ‘디지털 vs. 아날로그’ 혹은 ‘물질 vs. 비물질’?
- 7.04(화) / 고든 파스크에서 자하 하디드까지: 사이버네틱 건축의 소사
- 7.07(금) / (메타) 사이버네틱스 시대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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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건축사, 동양 건축사, 현대 건축사 등 여러 건축사 수업이 건축대학에 개설되어 있지만, 해방 후 한국 현대 건축을 본격 조명하는 강의는 드문 편입니다. 본 현대 건축사 강의 시리즈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195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 현대 건축의 역사를 몇 차례에 걸쳐 촘촘히 다루게 됩니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 발전국가가 설립하고 동원한 건축 조직, 콘크리트 한옥과 도시한옥, 두 거장 신화, 젠더와 실내의 변화로 바라본 아파트, 포스트모더니즘과 새롭게 발견된 모더니즘, 유학 세대의 등장 등, 한국 현대 건축의 주요 쟁점을 발굴해 드러내고 역사적으로 평가하고자 합니다. 몇몇 예외적 인물과 주요한 건축물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기존 논의들을 한 걸음 떨어진 새로운 시선으로 보충하고 확대하려는 이 강의는 20세기 한국 현대 건축사를 다시 쓰는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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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5 / 이연경 / 일제가 남긴 것, 미군이 남긴 것: 해방 후 1950년대 도시와 건축
- 7.12 / 박정현 / 발전 국가와 건축가: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와 대한주택공사
- 7.19 / 강난형 / 20세기 현대 건축과 한옥:서울과 다른 도시들
- 8.09 / 김현섭 / 1971·1978·1980: 김중업과 김수근, 두 거장 건축의 진화와 신화
- 8.16 / 도연정 / LDK 딜레마: 한국 현대 주거공간의 성립과 모순
- 8.23 / 이종우 / 1980년대말 90년대초의 건축문화: 물질적 번영 속에서 건축의 자리찾기
- 8.30 / 현명석 / 새천년 즈음 한국 건축, 실용주의의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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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포럼 형식으로 처음 열렸던 건축큐레이팅워크숍(CAW)이 2021년부터 ‘건축학교’ 속 전문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CAW 2023 여름학기 원데이스쿨은 2021년과 2022년 프로그램을 일부 보완하여 ‘건축 큐레이팅’의 결과인 ‘전시’와 그것이 펼쳐지는 힘의 자장에 주목합니다. 뮤지엄 제도 안밖에서 건축을 매개로 벌어지는 큐레이토리얼 활동을 다양한 사례 탐구와 함께 살펴봅니다.
- 프로그램 기획: CAC
- 구성: 강의+토론+네트워킹
- 8월 19일(토) 종일(10:00~18:00)
- 강의는 2021, 2022년 CAW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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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전시의 제도적 문법 / 정다영
- 건물과 건축사이, 큐레이팅 대상으로서의 건축 / 김희정
- 미술관 밖 건축 큐레이팅 실천들 / 정성규
- 전시 리뷰: 《젊은모색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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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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