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건축신문 편집장 레터를 씁니다. (옆에서 쓰라고 시켜서요.) 그러고 보니 올 4월이 건축신문이 웹으로 전환한 지 딱 2년이 되는 때네요. 2년 동안 랜선에 아홉 권의 신간을 발행했습니다. 웹으로는 아직 아무리 열심히 책을 내도 책 같지 않고, 출판을 해도 출판한 것 같지도 않나 봅니다. 단어와 말이 가진 구속력이죠. 여전히 종이책을 내달라고 떼쓰는 분들도 자주 만납니다. 그럴 때면 거대한 기계로 종이를 2천 번씩 돌려 찍어낼 만한 글자가 최소 10만 자쯤 생기면, 그때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화답하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저희는 계속 깜빡이는 비트를 랜선에 실어 올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어느 때보다 많은 책을 출판할 계획입니다. 거의 격월지 같은 속도로, 체감상으론 월간지 같은 느낌으로. 건축계의 이런저런 출판물들을 만들어 오는 동안 글과 출판에 대한 개념이 제 안에서는 잘게 분화되었습니다. 글은 글자, 정보, 자료, 콘텐츠 등으로, 출판은 입력, 게시, 발행, 인쇄, 배포 등으로 말이죠. 내 손에 있는 이 내용이 이 중 어디에 해당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살피는 눈치도 늘었고요. 현재 건축신문의 좌표는 X축으로는 정보나 자료, Y축으로는 게시나 발행입니다. 관건은 저 위의 에너지 그래프가 일차함수로 그려져 있는지 지수함수로 그려져 있는지이겠습니다. 오랜만에 무용한 잉여적 글쓰기를 해보았습니다. 난폭해진 봄 날씨에 주의하시길 바라며, 🤖커피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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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신문 32호는 <중간점검: 사무소효자동>입니다. 중진 건축가 심층 인터뷰 시리즈인 중간점검에서 서승모 소장님을 만났습니다. 이 책에는 세 차례에 걸친 소장님과의 인터뷰가 주제 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번 책을 편집하며 새삼 사무소효자동의 ‘엄정성’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소효자동에서 설계한 건축물을 볼 때면 특유의 미감 속에 단정히 자리한 요소들에 사로잡혔다가 이내 날카로움을 느끼곤 했는데, 소장님의 또렷한 말들 속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건축을 둘러싼 문제에 자신만의 답을 내리고, 또 갱신해 나아가는 서승모 소장님과 사무소효자동의 이야기, 건축신문 32호에서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활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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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 서승모
- 인터뷰어: 김상호
- 원고화: 김상호
- 편집: 심미선, 김상호
- 기획: 정림건축문화재단
- 인터뷰 날짜:
(1차) 2022년 3월 29일 (3차) 2022년 6월 16일
- 포럼 날짜:
(2차) 2022년 5월 24일
- 발행일: 2023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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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점검’은 2010년 전후 무렵 젊은 건축가로 호명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중진 건축가의 심층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건축가로서의 깊이와 여유가 묻어나는 한편 여전히 치열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때와 지금, 다가올 미래를 묻습니다. 그리고 건축가 개인의 관심사를 확장하여 건축계에 산재한 이슈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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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건축가는 사무소효자동의 서승모입니다. 서승모는 ‘평면의 적층’이 사무소효자동 건축의 기본 틀이라 말합니다. 평면을 쌓되, 열고 나누고 펼침으로써 ‘깊은’ 공간을 만듭니다. 각 평면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상상한 시퀀스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수에 따라 기둥, 보, 계단과 같은 건축 요소를 놓으며 형상으로 표현되지 않는 건축을 실험합니다. 이러한 원칙은 그가 설계하는, 삶의 배경으로서의 건축 어디에나 적용됩니다. 주택 작업뿐만 아니라 최근작인 LCDC, 진행 중인 프로젝트 ‘등가로 펼쳐진 것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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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효자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온갖 시대가 뒤섞인 오래된 동네 서촌에 처음 자리 잡았고, 여기에는 한국 건축의 무언가를 찾고 싶었던 서승모의 뜻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건축을 배운 그가 개소 이후 지금까지 한국 건축(계)에 대해, 그리고 한국성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쌓아왔는지 들어보았습니다. 한편으로 그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감행하며 스스로를 ‘중간점검’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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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효자동의 건축
- 틀과 평면
평면 구성과 어프로치 디자인 / 입면에 대한 물음에 대해 / 일본 유학파
- 언제까지, 어떻게
사무소의 지속 가능성 / 구조 조정과 조직 개편 / 협업의 기술
- 주어지는 것들
리노베이션 / 기술적 관심사
- 데뷔, 전환, 야심
데뷔작: R아틀리에, grsg바 / 전환작: 3제 / 야심작: 등가로 펼쳐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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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로 펼쳐진 것들 “현재 진행 중인 작은 프로젝트인데, ‘등가로 펼쳐진 것들’이라고 이름을 붙여보았다. (...) 출발은 일반적인 근린생활시설이었는데, 각 층 내부 공간은 그대로 둔 채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을 바깥으로 끌어내고 그사이에 발코니 비슷한 것을 넣었다. (...) 따로 혹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내겐 중요하다. 이 부분을 도시로 펼쳐진 거실 같은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각 발코니 공간에는 테넌트의 색깔에 따라 어닝, 전등, 난간, 처마 같은 요소들이 툭툭 달릴 것이다. 그렇게 저마다 나름대로 그곳을 꾸며서 쓸 것이고, 길에서 보면 그것들만 보인다. 보통은 각 매장이 잘 드러나도록 만들지만, 그것을 뒤집은 셈이다. (...) 조용한 골목에 이 건물이 들어서면 거리의 풍경도 즐거워보일 것 같다. 무뚝뚝하지 않고, 현란하지도 않고, 자신을 뽐내지도 않는 건축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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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하우스 “무량판 구조 위에 각기 다른 평면과 공간을 쌓은 집이다. J스튜디오하우스가 재료의 적층이라면, 이 집은 평면 유형의 적층이다. 조화보다는 적층(병치)에 중점을 두었다. 접지성이 떨어지는 3층에는 처마를 달고, 토심을 깊게 하고, 퇴를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외부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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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아틀리에 “서울에 와서 효자동에 자리를 잡았다. 작고 오래된 한옥을 한 채 구했는데, 단순한 형태의 집이었다. 리모델링하면서 안과 밖이 엮인 느낌을 내고 싶었다. 문간방과 대문간을 같은 레벨로 맞춰 하나의 공간인 것처럼 만들었고, 평면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단부를 없앴다(...). 그렇게 구조적 요소들을 정리한 뒤 나머지는 백색으로 지우다시피 마감했다. (...) 당시에는 개념적 생각이 강했던 터라, 건축이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감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개념적으로는 ‘열린’, ‘풀어진’ 평면을 구현했지만, 시각적으로는 가분수 같은 모습의 집이 됐다. 그 작업을 통해 (...) 한옥에서는 지붕의 무거움을 기단으로 반드시 받아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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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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