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2020년이 어느덧 12월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새해 시작에 맞춰 준비했던 많은 계획을 대기 모드에 넣어둔 채 언택트라는 희뿌연 안개 속을 무작정 걸을 수밖에 없었던 한 해였습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 더듬더듬 걷다가, 경보가 울리면 멈추고, 길이 끊기면 되돌아가기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재단은 몇 가지 일을 조용히 수행했습니다. 설계사무소 정림건축의 지하 창고 자료 더미 속에서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한국 건축사의 묻혀 있던 파편과 단서들을 찾아내고, 그 시기 굵직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그 정보와 자료는 모두 <정림건축 피플 앤 웍스>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재단의 포럼 시리즈는 운이 좋았던 <건축 큐레이팅 워크숍> 외에는 모두 취소되었고, <등장하는 건축가들> 세 번째 시즌은 현재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며 내년 온라인 포럼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건축학교>도 오프라인 수업은 열지 못했지만 온라인 수업과 영상 교안을 파일럿 운영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점검했습니다. 지난 5월 마무리된 2020년 <정림학생건축상>의 주제와 수상작들의 의미를 요약한 영상 리포트도 곧 업로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축신문>은 디지털 전환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느 해보다 수고가 많았던 한 동료의 글로 연말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지나간 뒤에 난 자리를 안다는 말처럼, 결핍이 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갔던 많은 자리들이 무척 그리워지는 연말입니다. 부디 내년에는 예전처럼 활기차게, 그리고 더 깊어진 마음으로 만나 뵐 수 있길 바랍니다. 2021년 더 새로워질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청소년 대상의 푸른꿈 과정 점-선-면 시리즈의 마지막 <면>이 완성되었습니다. 종이라는 약한 재료로 ‘결구 구조’를 이용해 공간을 만드는 내용입니다. 본래는 학생들과 다양한 재료로 공간을 만들었던 수업으로, 집에서 보고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는 온라인 교안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해당 교안을 바탕으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한 층 한 층 쌓아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