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에는 정기이사회를 준비합니다. 이사회 테이블에는 두 덩어리의 내용이 놓입니다. 지난 한해 재단이 진행한 사업의 결과와 올 한해 진행할 사업의 계획입니다. 결과 보고서는 전년도 계획서 위에 오버랩해 쓰기 때문에, 작년 2월 바로 이 자리에서 계획서를 쓴 과거의 나를 소환하게 됩니다. 주로 ‘왜 그랬니’ 원망을 하게 되고, 페이지마다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지만 손이 닿질 않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52주, 365일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져서, ‘이게 작년이었다니’ 따위의 말을 내뱉으며 먼 산을 쳐다보기도 합니다. 결과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나면 올해 계획서를 씁니다. 계획서를 쓸 때는 ‘다시’ 신이 납니다.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처럼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1년이란 시간이 앞을 향해 한없이 펼쳐져 보입니다. 그러나 계획서 말미에 우리는 예산이라는 거대한 벽을 만납니다. 그리고는 백스페이스와 딜리트키를 연타하다가 회계 담당자에게 정신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의 손에는 작년 결산표(‘네가 쓴 돈’이라고 적힌)가 들려 있습니다. 그렇게 꿈과 현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다가 머릿속이 아득해질 때 즈음 계획서가 완성되어 있습니다. 쓴 기억이 없는 계획서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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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이면 방구석에서 귤 한 상자를 옆에 끼고 전기장판 위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제게 있어 독서의 계절은 겨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단이 북토크로 새해를 열게 된 것도 이 추운 겨울을 책과 함께 보내보자~는 뜻이 숨어있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지난 1월 25일, 원맨원북 첫 시간을 <New Beauty Space>와 함께 했습니다. 공저자인 이상윤, 배윤경 님은 이 책이 한 건축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백서이고, 아직은 시중에서 만나기 어렵다 보니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언젠가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났을 때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법을 안내해주었습니다. 책의 틀과 건물 디자인의 관계, 중점을 두었던 내용, 주요한 정보가 있는 챕터 등 친절한 설명 덕에 저도 책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설 연휴 이후 세 번의 자리가 본격적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자리가 남아 있으니 미리미리 신청하시면 좋아요. 🍊올겨울도손끝이노오란편집자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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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포부를 담아 새해 인사를 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는데, 지난해에 벌여 놓은 일을 정리하고 새로 들어오는 일을 소화하다 보니 벌써 반년은 보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건축학교의 한 달은 늘 이랬답니다. 새 학기 수업을 기획하고, 예비교사 선생님들과 실습을 하고, 학생을 모집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수업을 하고, 피드백하고, 다시 수업을 준비하고. 이렇게 1년에 다섯 사이클이 돌아갑니다. 올해는 혹시나 하는 기대로 오프라인 수업도 대비하고 있어서 시간의 밀도가 더 높게 느껴지네요. 산더미 같은 일이 쌓여 있지만, 마음은 가볍습니다. 믿는 구석이 생겼거든요. 지난 가을부터 준비해온 예비교사 과정이 성황리에 마감되었습니다. 건축 교육에 뜻이 있는 예비 선생님들이 생각보다도 훨씬 많았더라고요. 앞으로 이분들과 함께 새로운 건축학교를 만들어갈 생각을 하니 없던 힘도 솟아나고 있어요. 영양가 가득한 수업이 되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기운센3반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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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에 과제 제출이 마감되었습니다. ‘지금, 한국성’이라는 어마어마한(!) 공모 주제와 상관없이, 매년 받는 문의 전화는 어김없이 왔습니다. 참가번호는 어느 위치에 써야 하는지, 제출물에 추가 요소를 넣어도 되는지, 우체국 소인이 뭔지, 어떤 경우에 페널티를 받는지 등등. 무한반복되는 참가자들의 걱정과 질문을 받으며 학생건축상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차례 난리 통을 지나 도착한 수백 개의 아이디어가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화롭게 연휴를 보내고 나서 본격 심사에 들어가면 2월 23일에 1차 결과가 발표됩니다. 역대급 참가자 수를 기록한 이번 공모의 심사 과정과 결과가 벌써 기대됩니다. 또한 대학생 여러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이번 주제를 공모전 너머로 더 이어갈 방법도 모색 중입니다. 지금 사무국에 한가득 쌓여 있는 제출물들 속에 그 실마리를 찾아보려 합니다. 📞불이났던전화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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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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