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교의 배움은 늘 ‘밖으로’ 향합니다. 공간을 배우는 일은 곧 세상을 배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건축학교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성인, 그리고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교실 안팎의 공간을 걸으며 배우고 있습니다. 선사유적지와 궁궐, 동네 골목을 탐험하는 어린이들, 오랜 세월을 도면 위에 다시 그려보는 시니어들, 그리고 ‘공공성’이라는 단어를 건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시민들까지.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그 여정의 세 장면, 씨앗꿈 과정, 시니어 건축학교, 공공디자인토론회를 통해 건축학교가 어떻게 ‘공공의 배움터’로 확장되고 있는지를 전합니다. ✨3반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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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으로 나가다
2025 씨앗꿈 과정, <어제의 건축, 내일의 건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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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씨앗꿈 과정은 6-7세 어린이들과 함께 교실 밖으로 향했습니다. <어제의 건축, 내일의 건축>이라는 이름 아래, 암사동 선사유적지를 찾아가 수천 년 전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집을 짓고 살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흙과 돌, 나무와 짚으로 만든 움집 앞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지금과 다른 삶의 방식을 상상했습니다. 이어진 세 번째 수업에서는, 어린이들과 덕수궁과 시청 거리를 걸었습니다. 유적지에서 본 ‘과거의 집’과 유리창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현재의 도시’를 나란히 바라보며, “예전에는 여기에 뭐가 있었을까?”, “나중에는 어떤 도시가 될까?”를 묻는 아이들의 시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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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교의 ‘교실 밖 수업’은 과거 마로니에 공원이나 LG아트센터에서 제한적으로 시도되었는데, 씨앗꿈 과정의 어린이들과 이렇게 먼 곳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어린 친구들일수록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체험학습 경험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아이들과 멀리 나가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지요. 그럼에도 올해의 주제를 ‘원시 건축’으로 정한 이상, 실제 집터와 움집 모형을 보는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는 대체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으로 느끼는 스케일의 차이와 재료의 질감만큼은 교실 안에서 전달할 수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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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편안한 교실을 놔두고 사서 고생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남긴 사진과 작업 속에 교실 안에서는 전하지 못했던 배움의 흔적이 담겨 있는 걸 보며 ‘역시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만 듭니다. 이 경험을 발판삼아, 초등학생 형님들이 듣게 될 새싹꿈 과정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재료까지 사러 나갑니다. 주어진 예산 내에서 재료를 마련하는 경험을 통해 집을 짓는 일에 한걸음 더 다가가보는 수업으로 준비했습니다. 건축학교의 배움은 이렇게 조금씩 교실의 문턱을 넘어 확장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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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을 담는 그릇
시니어 건축학교 @반포 느티나무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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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포 느티나무쉼터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평균 연령 70세의 ‘시니어 건축가’들이 스케일자와 트레이싱지를 들고 진지하게 도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 마련한 <시니어 건축학교>는 정림건축과 건축학교가 함께 기획한 8주 프로그램으로, ‘노년의 삶을 담는 집’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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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스케일’, ‘건축 프로그램’, ‘다이어그램’, ‘평/입/단면도’ 등 낯선 건축 개념을 배우며 새로운 배움에의 열의를 불태우고 있답니다. 어느새 수업의 절반을 지난 지금, 시니어 회원들은 본격적으로 ‘노년의 삶을 닮아내는 집’을 설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누구와 함께, 어떤 공간에서, 어떤 생활을 꾸리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그 공간의 크기와 형태, 사용하고 싶은 재료까지, ‘건축주’이자 ‘건축가’로서 집의 모습을 빚어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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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누군가는 손에 익지 않던 연필선을 곧게 긋게 되었고, 누군가는 자신이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의 크기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 시간 작은 진전이 눈에 띌 때마다 기쁩니다. 이 느긋하지만 확실한 변화가 참여자들의 삶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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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짓는 시민을 기르는 건축학교
2025 공공디자인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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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건축학교는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열린 2025 공공디자인토론회에 초대되어 ‘미래를 짓는 시민을 기르는 건축학교’라는 제목으로 사례 발표를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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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자리에서 건축학교가 2012년부터 이어온 실험, 즉, 건축을 전공이 아닌 삶의 언어로 배우는 교육의 의미를 공유했습니다. 건축학교가 지난 13년간 축적해온 교육의 핵심은 ‘무엇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고하고 관계 맺는가’에 있습니다. 건축학교의 성취기준인 장기적 시야, 통합적 사고, 창의적 문제해결은 바로 그 배움의 방향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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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세 가지 역량은 결국 ‘좋은 시민으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공공의 역량입니다. 아이들이 오래된 건물을 보며 시간의 흔적을 느끼고,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도면 위에 다시 그리며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결국 ‘공공의 감각’을 배우는 과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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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주어진 발표 시간은 짧았지만, 핵심을 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건축학교가 지향하는 비전은 단순히 ‘건축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공공의 공간을 함께 상상할 수 있는 시민의 학교’라는 것이지요. 긴장과 설렘이 함께했던 그날의 발표는 아래의 링크를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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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꿈의 어린이부터 시니어 건축학교의 어르신까지, 올해의 건축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세대가 각자의 속도로 공간을 배우고 있습니다. 건축학교는 이 장면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으며, ‘공간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배우는 사람들’이 자라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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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언제나 관계를 짓는 일입니다. 배움 또한 마찬가지지요. 건축학교는 교실 밖에서,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 위에서, 조금 더 열린 형태의 배움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다음 계절, 또 다른 실험으로 인사드릴게요. 언제나 건축학교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반담임 & 🔮연금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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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학생건축상 2026은 여러분과 함께 ‘나’와 ‘우리’를 다시 생각하고, 그로부터 건축과 도시로 나아가는 삶과 태도를 건축적으로 그려보고자 합니다. 주제설명회에서는 심사위원 임태병 님, 홍보라 님, 이해든 님, 최재필 님, 윤주선 님을 모시고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심사위원과 직접 대화 나눌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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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포럼: 일본 건축 큐레이션의 단면
CoAK의 실천을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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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건축가의 세계적인 명성과 문화 생산력에 비해, 젊은 일본 건축인들은 스스로 건축 큐레이팅이 부재하며, 그렇기에 큐레이팅이 오늘날 더욱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역설적인 진단의 이유는 무엇인지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 큐레이터 가와카츠 신이치와 그가 이끄는 교토공동건축센터(CoAK)의 활동을 통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나아가 이 자리는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한국-일본 건축계 교류에 의미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 2025년 11월 15일(토) 오전 11:00
-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
- 발표: 가와카츠 신이치(CoAK 대표)
- 토론: 정다영(CAC 공동대표)
- 통역: 이해든(오헤제 공동대표)
- 대기 접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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