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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박인석의 ‘40년건축으로 만든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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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신문에서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박인석 교수님이 ‘건축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세 편의 글 중 첫 편이 지난주에 완결되면서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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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건축신문은 글(게시물) 단위로 돌아가는 웹진이 아니라 책(게시물 묶음)을 단위로 하는 온라인 아카이브입니다. 온라인으로 왔지만 여전히 책이고 싶은 마음의 소산이죠. 최신 책은 첫 화면에 전시되지만 최신 글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섯 개의 글이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인터넷 세상에 알릴 수 있었죠. 연재하기 좋은 곳은 아닙니다. 웹사이트를 이렇게 만든 이유는 매우 복잡한 이야기라 생략할게요. (2021년 5월 뉴스레터에 ‘롱 스토리 숏’으로 썼습니다.) 아무튼, 건축신문은 종이보단 빠르지만 느린, 가볍지만 무거운, ‘온라인 텍스트 아카이브 플랫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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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만들어 쓰다 보면 뜻하지 않은 활용법을 찾기도 하듯이, 건축신문도 이렇게 저렇게 연결하고 맞추면 연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리한 곳에 누가 연재를 할까 싶었죠. 그런데 이렇게 버젓이 연재 글을 슬쩍슬쩍 올리고 모아서, 뉴스레터를 쓰고 있네요. 신기합니다. 앞으로 또 연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유의미하다면 다음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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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재 ‘건축의 시대’는 1편 ‘40년건축으로 만든 나라’를 시작으로, 2편 ‘부실시공, 공공책임 부재의 귀결’, 3편 ‘건축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3편까지 연재가 마무리되면 건축신문의 ‘책’으로 발행됩니다. 그 전까지는 건축신문의 ‘글’ 목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챗GPT에게 시켰다가 반은 다시 고친, 26,650자 1편에 대한 580자 줄거리를 아래에 붙입니다. 🤖커피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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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40년건축으로 만든 나라'
한국의 건축물은 물리적 수명이 100년 이상임에도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30~40년 만에 재건축됩니다. 그로 인해 남은 60%의 가치가 폐기되며, 국민 삶의 질과 사회적 자본을 낭비합니다. 특히, 아파트 재건축은 단순한 주거환경 개선이라기 보다는 건물의 남은 가치를 폐기하면서 아파트의 상품성과 교환가치에 몰두하는 자기파괴적 경제활동입니다. 낮은 건축공사비와 체제화된 관행이 이런 ‘40년건축’을 가능케 하고 강화합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재건축 지원 정책은 이 낭비적 생산을 더 부채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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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GDP 대비 삶의 질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고, 과도한 건설투자 비중은 강제적으로 유지됩니다. 그러는 동안 공공주택,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에 대한 공공 투자는 항상 부족합니다. ‘100년건축’으로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100년건축은 건축물 자체와 그것의 생산 과정을 동시에 개혁함으로써 낭비되는 노동력과 자본을 삶의 질 향상으로 돌릴 수 있는 장기적이지만 확실한 비전입니다. 개혁 과정에서 지방정부 역량을 강화하고, 설계와 시공의 품질 중심 계약의 토대를 만들고, 중소 건축업체들을 육성하는 등 건축 생산의 전 과정을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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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석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이며, 국가 건축정책위원회 5기 위원과 6기 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도시와 건축 및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저서로 『건축 생산 역사』(전 3권),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 사회』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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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 진단과 우선 과제 설정을 반복해 왔음에도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진정한 개선 노력이 소홀하고 부족했기 때문에? 그게 다일까? 가뜩이나 부족한 불평등 완화 노력과 공공서비스 보강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 한국 사회만의 구조적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사회에는 고유의 문화가 있듯이, 고유한 모순과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소득 불평등, 공공서비스 부족이라는 세계 공통적 요인과는 별도로 한국 사회에 작동하고 있는 특수한 요인이 있다. 그 유력한 답이 ‘40년건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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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파트단지 재건축사업은 고밀화와 상품 성능 쇄신을 통해 총 교환가치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아직 수명이 60년이나 남은 아파트를 폐기해버리는 자기 파괴적 경제활동이다. 그 결과로 자신은 물론 주변 지역 땅값을 상승시키는 경제활동이다. 다른 재화의 생산에 사용할 수도 있었던, 그럼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사회적 자산과 노동력을 [기존 가치 폐기 – 초과 교환가치 생산 – 땅값 상승]이라는 소모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생산활동에 낭비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악순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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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40년건축의 교환가치를 100년건축의 70%라고 한다면 100년 주기로 건축을 생산하는 국가에 비해 40년 주기로 건축을 생산하는 한국은 건축 생산활동을 통해 1.75배(70% × 2.5 = 175%)의 교환가치를 생산하는 결과가 된다. 즉, 수명 100년 건축물을 40년만 사용하고 폐기하는 한국의 건축 생산활동은 5분의 3이 무용한 생산활동이고 생산한 건축물의 질도 100년건축보다 낮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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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마다 모든 주택과 모든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짓기를 반복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40년건축’ 현상은 소모적이고 파괴적이다. 가장 비싼 재화 중 하나인 건축물을 수명의 절반도 안 쓰고 폐기하여 국민의 소중한 노동과 사회 자본을 낭비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재화 생산에 투입할 노동과 자본을 부족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와 도시정책은 이러한 소모와 파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폐지하겠다는 둥 주민 동의율을 50%로 완화하겠다는 둥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마치 민생을 돌보는 정책인 양 내세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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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건축을 100년건축으로 만들기. 이는 단순히 ‘튼튼한 건축’, ‘좋은 건축’ 만들기를 넘어서는 일이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매년 이 땅의 모든 건축물의 40분의 1을 헐고 새로 생산해오던 일을 대폭 줄여서 매년 100분의 1씩만 해도 되도록 바꾸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경제활동의 하나인 건설투자 활동의 효율을 두 배 이상 높이는 일이다. GDP의 6%에 이르는 낭비적 생산활동에 소모되는 시민들의 노동력과 노동시간, 그리고 구매력을 아끼는 일이고, 그 노동력과 시간, 구매력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른 사용가치, 즉 문화 활동이나 자기개발 활동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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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단이 북페어에 나갔을까?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5'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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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예비) 독자를 만나고 싶다.’ 이게 이 일의 시작이었습니다. 『미로』의 여러 목표 가운데 ‘젊은 필자를 발굴한다’가 있듯이, 이 책을 젊은 독자층에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제작, 유통을 맡아주신 마티 덕분에 재단과 건축계를 넘어서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곳에 씨를 뿌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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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북페어에 놀러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텍스트힙 모르냐’, ‘요즘 북페어가 난리다, 수만 명이 몰린다더라’라는 풍문만 듣다가 한두 번 가보니, 나도 모르게 판매자에게 말을 건네는 (내향인으로서 매우 드문) 마법 같은 순간과, 전혀 몰랐던 출판사/창작자의 취향저격 책을 만나는 경험을 했어요. 한편, 북페어에 ‘건축책’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없을 수가?!’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재단 이름으로 북페어에 나가서 건축책을 소개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어떤 사명감이라기 보다는, 건축책도 다양한 모양으로 세상에 나오고 있고, 읽으면 재밌다고 얘기해보자, 우리 준비가 성글더라도 즐기는 마음으로 가보자는 게 더 컸어요. 그래서 북페어의 규모, 분위기 등을 고려해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참가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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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의 테이블을 꾸리면서 건축과 도시를 다룬 책 중 대중적인 소재를 다뤘거나, 내부 담론을 쉽게 풀어쓴 책, 건축 전문 출판사의 책 위주로 27종의 책을 모았고, 사흘 동안 여러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건축책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티의 둔촌주공아파트, 마포주공아파트를 펼치고 추억을 꺼내놓은 분, SoA 애뉴얼 북의 둥근 모서리를 매만지며 만듦새를 느끼던 분, 도미노프레스의 PP 시리즈를 들다가 쑥 빠져나온 책에 깜짝 놀란 분,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을 일일이 펼쳐 읽다가 미소로 답한 분, “재단이 이런 곳에 나오다니 참 좋네요~”하고 쓱 지나간 분, 놀러와준 친구들과 동료들. 모두 반갑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신 출판사들, 마티, 도미노프레스, 공간서가, 도서출판 집, 워크룸프레스, 건축사사무소 SoA, 브리크컴퍼니, 에이치비 프레스, 다산북스, 국립현대미술관 출판팀 등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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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이 또 북페어에 나가게 될까요?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무턱대고 시작한 이번 일 덕분에 우리가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다음이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겁니다. ⌨활자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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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페어에서 소개한 책들(책 제목 / 저자 / 출판사)
- 마포주공아파트 / 박철수 / 마티
-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 이인규 / 마티
- 현실처럼 비현실적인 / 푸하하하프렌즈 / 도미노프레스
- 논픽션홈 / 플랏엠 / 도미노프레스
- 콘크리트월 / 네임리스 건축 / 도미노프레스
- H 하우스 / 사무소효자 / 도미노프레스
- 이우학교 건축 / 김승회,경영위치 / 도미노프레스
-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 / 서재원 / 공간서가
- 가가묘묘 / 박민지,박지현,조성학,비유에스건축 / 공간서가
- 나이층 / 정이삭,지연순,조재량,노경 / 공간서가
- 서울 어바니즘 / 이상헌 / 공간서가
- 의심이 힘이다 / 배형민,최문규 / 도서출판 집
- 땅은 잘못 없다 / 신민재 / 도서출판 집
- 그림으로 보는 한옥 / 이도순,김왕직,유근록 / 도서출판 집
-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 박정현 / 워크룸프레스
- 초조한 도시, 두 번째 / 이영준 / 워크룸프레스
- SoA 애뉴얼북 2023(절판) / 건축사사무소 SoA
- SoA 애뉴얼북 2024 / 건축사사무소 SoA
- 가상-건축 Architecture as Fabulated Reality / AAPK / 브리크컴퍼니
- 사라진 근대 건축 / 박고은 / 에이치비 프레스
- 즐거운 남의 집 / 이윤석,김정민 / 다산북스
- 연결하는 집 / 국립현대미술관
- 뉴 셸터스 :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절판) / 정림건축문화재단 / 프로파간다
- 협력적 주거 공동체(절판) / 정림건축문화재단 / 프로파간다
- 미로 1: 참조와 인용
- 미로 2: 일본
- 미로 3: 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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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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