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능했던 계획 <건축신문> 소식을 두 달 만에 보냅니다. <건축신문> 소식을 재단 전체 뉴스레터에서 따로 떼서 조금씩 ‘신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아직 여력과 능력이 모자랍니다. 많은 일이 자기 마음 같지 않을 때가 많고, 모든 계획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지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계획을 짜고, 목표를 세우는 거라고 자기합리화를 해봅니다. 난데없이 불어닥친 가을 한파 덕분에 2021년 계획을 돌아보는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요.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지난 뉴스레터는 <건축신문>의 특별호들과 그 대단원의 막이었던 <어번 이슈>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그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2017년, 5년간 이어온 신문 형식 대신 선택한 것은 단행본이었습니다. 신문이 무가지였던 반면 단행본은 판매용이고, 신문이 정기적이었던 반면 단행본은 비정기적이고, 신문이 잡학다식하게 꾸려졌던 반면 단행본은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점들 속에 <건축신문>이 풀어야 했던 숙제가 녹아 있습니다. (무가지 발행 비용을 더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건축 주변부의 이야기보다 건축 내부의 이야기가 절실해지고 있었습니다.) 단행본 전환의 결말부터 얘기하면, 그 시도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건축신문> 웹사이트는 실패라면 실패인 곳에서 피어난 결과입니다. <건축신문> 단행본 기획 초기에는 저널의 성격을 책에 심어보려고 했습니다. 미국의 건축 동인지 <log>를 참고해 건축계의 좋은 필자들을 필진으로 모아 건축계 이슈와 개인의 관심사들을 글로 모아서 꾸준히 내보려는 생각이었지만, 충분한 수의 필진을 꾸리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생각으로, <북저널리즘>을 모델로 삼은 단일 저자들의 소책자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자기 관심사가 있는 저자를 꾸준히 발굴해 얇고 가벼운 책을 시리즈로 내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이 역시 동인지 방식과 근본적으로 같은 종류의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둘 다 좋은 글을 쓸 사람이 없어서 실현 불가능했던 계획입니다. 슬프고 답답한 현실이죠. 💡 깨달음 저자나 필자가 없다면 편집자로 책을 낼 수 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것과 비슷한 거죠. 2017년말부터 출판된 다섯 권의 <건축신문> 단행본은 잇몸으로 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편집자만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글과 책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출판을 전업으로 하지 않는 곳에서라면 더 그렇습니다. <건축신문> 단행본이 궤도에 오를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보의 가치에 대한 오판이었습니다. 거칠게 말해서, 지금 시대의 정보는 흐르고 퍼질 때 가치가 생깁니다. 묶여서 고여 있는 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의 홍수 속에 사장되고 사라집니다. 정보의 가치가 반드시 돈일 필요가 없음을 우리는 이미 곳곳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건축신문>의 목적은 신문이었을 때나 단행본이었을 때나 유의미한 정보의 기록과 확산이었음을 과도기의 짧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셈입니다. 시민의 도시, 서울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일환으로 기획한 시민 교양강좌의 강연을 글로 정리, 편집한 책입니다. ‘사회적 자본’, ‘공동의 부’, ‘지역공동체’ 등의 큰 주제를 아우르며 사회학자, 행정가, 건축가, 활동가, 도시학자, 정치가 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책 소개넥스토피아 공동체가 와해된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응해온 건축 작업을 소개한 ‘넥스토피아’ 전시와 궤를 같이하는 글들을 엮었습니다. 도시 공동체 및 토지의 문제를 꼬집고, 기존의 건물을 사회 공동의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의미 있는 움직임들을 소개합니다. 👉 책 소개 🔑 문화재 문화재를 둘러싸고 지자체, 정부 부처, 전문가 그룹 사이의 입장과 관점 차이가 드러나는 일이 또 있었습니다. 최근 일부터 짚자면, 광화문 의정부터에 추진되던 역사문화공간 계획이 취소되었습니다. 문화재청이 의정부 옛터 유구 보호시설 건립 계획을 부결함에 따른 것입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7년여 동안 연구, 조사했고 설계공모를 거쳐 새로운 문화 공간을 세우는 일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언론은 사업 중단으로 당선작도 “백지화하게 됐고” , 이 사업은 “문화재청 구상에 따른 경복궁 복원과 연계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인천에서는 일제강점기 조병창의 병원으로 쓰였던 부평미군기지 내 건물 철거 계획에 대해 보존 목소리가 커지면서 철거가 유보됐고, 관련 TF팀이 꾸려졌습니다. 인천시는 해당 건물을 철거하고 공원 확장과 관청 건립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이 일은 경과가 길고 논쟁의 역학관계도 복잡합니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여러 가지 물음표가 머리 위에 떠오릅니다. 2021년 우리에게 조선시대 왕궁은 무엇인지, 일본군과 미군의 병참시설들은 어떤 존재인지, 우리는 이것들을 왜 복원하고 보존하려고 하는지, 문화재란 무엇이며 역사란 무엇인지, 보존과 활용 사이에서 건축은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 등등. 문화재를 둘러싼 역사적, 윤리적 당위성 논의 속에서 건축은 무력해지는 것 같습니다. 건축의 목소리는 용도 폐기된 산업시설이나 수명이 다한 도시기반시설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닐까요?
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
정림건축문화재단과 건축신문 소식을 정기적으로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