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연말 인사의 보통 수식어였습니다만, 12월을 맞이하며 불현듯 먼저 떠오르는 것은 ‘줌과 함께 했던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잘 되짚어보면 올해도 다사다난했겠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줌으로 하고, 많은 회의를 줌으로 하고, 12월에도 줌으로 뭔가를 계속하다 보니 1년 내내 줌만 한 것 같고, 온사방에 줌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줌으로 만들어진 스크린 속 ‘납작한’ 세계에서 전시를 열고, 북토크를 하고, 건축가를 만나고, 어린이 교육을 하고, 공공건축을 이야기하고, 학생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월 15달러짜리 요금으로 이 모든 것을 하고 있다는 것도 왠지 어이없게 느껴집니다. 요즘 코로나 추이를 보아하니 새해맞이도 줌에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 길고 밋밋한 줌의 세계를 함께 잘 견뎌내기를 바라며, 2021년 마무리 인사를 일등으로 드립니다. 🎄 포럼 🔍 당선작들, 안녕했습니다 11월에는 공공건축 당선작들의 안부를 살폈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서진학교, 종암박스파크, 한남뜨락, 양천공원 책쉼터, 모두 저마다의 배경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탄생한 공간이었습니다. 원숙한 행정가와 건축가를 만난 양천공원 책쉼터는 작은 건물이지만 공원과의 시너지 덕분에 넓은 포용성을 갖춘 축복 받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서울도시공간개선단이 고가도로 하부를 활용해 공공공간을 확보하고자 기획한 두 프로젝트, 종암박스파크와 한남뜨락은 코로나 시절을 관통하며 그 가능성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서진학교는 그 지난했던 과정을 뒤로 할 수 있을 만큼 어느새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 찬 소중한 학교로 자리 잡았고, 교육청이 자랑스러워하는 좋은 학교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서진학교 학생들이 “꽃처럼 아름답게 별처럼 빛나게” 자라서 이 테이블에 나란히 둘러앉을 날을 기다려봅니다. 건축계의 큰 주목을 받으며 당선작을 발표한 서울공예박물관은 그야말로 긴 시간 속앓이 속에서 어렵게 완성되어, 지금은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는 도심 속 명소가 되었습니다. 짧은 시리즈로 스타트를 끊은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 포럼이 앞으로도 우리의 새로운 공공공간이 잘 만들어지고 잘 쓰이도록 돕는 데 작은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당선작들의 공식 채널 혹은 최근 소개 링크들입니다. 포럼 🔍 중간점검, 시동겁니다 재단 포럼 시리즈가 차곡차곡 빌드업되고 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한 걸음씩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은 잡힌 셈입니다. 포럼의 전체 구성에 대해서는 새해를 여는 첫 소식 때 맞춰 소상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12월에 부랴부랴 런칭하는 세 번째 시리즈는 <중간점검>입니다. (‘부랴부랴’라고 하지만, 본격 준비를 시작한지는 만 4개월입니다.) <중간점검>은 한 세대 앞서 ‘젊은 건축가’로 등장해 전반전을 마치고 어느새 중진에 접어든 건축가들을 초대하여 심층(?)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건축가로서의 경로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나누면서, 건축가 개인(팀)으로서의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 건축 문화의 현재 좌표와 변화의 조건들도 함께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중간점검>은 건축가의 강연이나 발표보다 인터뷰 성격이 짙은 포럼입니다. 1차 사전 인터뷰로부터 이어지는 2차 보충 인터뷰를 바탕 삼아 청중들의 참여 방식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기획했습니다. <중간점검> 시리즈 첫 초대손님 디아의 정현아 소장님은 2009년 봄 대전 한의원과 평창동 주택 취재를 계기로 처음 만났고, 그 후로 꾸준히 작업과 근황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용인 주택의 전략과 태도가 도전적으로 다가왔고, 와촌리 창고주택은 못 가봐서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역삼동 근생과 도곡동 근생, 그리고 응봉교 방음터널에서는 새로운 면모를 봤고, 논현동 녹음스튜디오의 짜임새와 완성도가 인상에 남았습니다. 실물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독수리학교였는데, 특수한 대지와 특수한 프로그램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꽉 짜여 있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4년 남짓 건축계 행사 때 가끔 안부인사만 나누는 동안 민주인권기념관과 한림제지 폐공장 설계를 끝냈다고 합니다. 조호의 이정훈 소장님은 2011년 <공간>의 '젊은 건축 집단' 시리즈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헤르마 주차 빌딩'이 당시 첫 완공작이었는데, 예리한 프로그래밍과 재료 선택, 완성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발표하는 주택과 근생 작업들의 면면이 다 매우 실험적이고, 도전적이고, 다채로왔습니다. 유독 강한 인상을 남겼던 '기하학의 집'이 기억에서 희미해질 무렵, '플랫폼 엘'을 오프닝 행사를 통해서 가볼 수 있었습니다. 그 건물이 조호의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듬해 '나인 브릿지 파고라'라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완성했는데, 언젠가 가볼 기회가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최근 울산 KTX 복합 주차장을 보고, '헤르마 주차 빌딩'이 이렇게 진화했구나 생각했습니다. 건축학교 🏠 꼬마 건축가, 청소년 건축가 “진짜로 집을 지어보는 느낌이 드니까 뿌듯하고 진짜 건축가가 된 것 같아요!”(꼬마 건축가 노아) 지난 6일에 있었던 온라인 새싹꿈 과정의 마지막 시간에는 기다란 비닐 튜브에 공기를 불어 넣고 매듭으로 묶어서 돔 형태의 이글루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동안은 손가락 한 마디짜리 인형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구조물을 만들다가, 드디어 직접 들어가서 앉을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만들어지자 친구들은 다들 신이 났습니다. 모두 얼마나 환하게 웃던지, 화면 너머로 지켜보는 저희가 다 눈이 부실 지경이었어요. 중간중간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어린 동생들이나, 난관에 봉착한 친구들을 도와주시는 부모님의 커다란 손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4주간의 온라인 과정을 무탈히 마치고 이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것도 전부 가족분들이 나서서 예비교사 역할을 자처해주신 덕분입니다. 끝나고 나니 친구들이 더 보고 싶어졌습니다. 온라인으로 만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실제로 만나면 얼마나 더 반가울까요. ![]() ![]() ![]() ![]() 지난 토요일에는 중랑구의 방정환교육지원센터에서 오랜만에 청소년 친구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모여 앉아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손을 움직여 작업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2021년은 건축학교의 새로운 발걸음을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주고 응원을 보내주는 여러분이 있어 따뜻한 한 해였습니다. 2022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3반담임 정림학생건축상 🏆 흥미진진하게 시작 ‘너무 호기로운 기획이었나?’, ‘시의적절하다고 자평할 수 있지 않나?’ 고민이 많았던 <지금, 한국성>이 이제 진짜로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대학생 여러분에게 얼마만큼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주제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당일 녹화 편집본을 재단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습니다.) 주제설명회의 포인트는 으레 떠올리기 쉬운 몇 가지 단서들에서만 한국성을 찾을 것이 아니라 좀 더 오늘날의 여러 양태를 반영하는 설계안을 기다린다는 공모의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깊은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학생들의 막막함을 엿볼 수 있어 반가웠던(!) 시간이었습니다. 😎 모쪼록 내년에 진행될 1차 심사와 이어지는 최종 심사에서 흥미진진한, 이전에 보지 못한, 온갖 한국성이 쏟아져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참가신청은 내년 1월 17일까지입니다. 학생 여러분들의 흉중구학(胸中九壑)이 굽이굽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 주요 일정
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hello@junglim.org |
정림건축문화재단과 건축신문 소식을 정기적으로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