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4호의 주제 ‘나무와 콘크리트’는 두 재료를 중심으로 건축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료의 전환’을 묻습니다. 행성적 기후위기 앞에서 건축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빨리 바뀌는 한국에서 건축의 변화는 무척 더딥니다. 오직 헐고 새로 짓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입니다. 4호는 한국 건축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나무’라는 키워드로는 새로운 재료가 촉발하는 작업의 태도와 방법을, ‘콘크리트’를 주제 삼아서는 지난 100년을 만든 물질인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역사적이고 비판적으로 조망했습니다. 나무를 다루는 글들은 필자의 실천과 경험 속에서 오래된 재료에 거는 기대와 우려를 통해 미래를 사유하고, 콘크리트를 중심에 둔 글들은 그 기원에서부터 오늘날 그것을 시대착오적 물질로 바라보는 시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역사적 관점을 펼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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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현 / 『미로 4: 나무와 콘크리트』를 엮으며 → 김선형 / 나무 없는 건축, 건축 없는 나무 → 에이드리언 포티, 임윤택 번역 / 현대 콘크리트의 기원 신화들 → 조남호 / 부분과 전체, 생태 미학의 건축 → 박정현 / 콘크리트: 행성적 모더니즘 → 최혜정 / 유기물의 두 얼굴 - 나무와 플라스틱 → 박지현, 조성학 / 샛기둥의 가능성 → 이연경 / 시멘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정이삭 / 허공에 발치에 티끌에 → 전태규 / 젠틀몬스터 사옥과 브루탈리즘적 콘크리트 이미지 → 이세웅 / 무구한 마음의 영원한 햇살 → 송영대 / 가장 전통적인, 가장 미래적인 → 강난형 / 분해를 위한 카탈로깅: 짓고 부수는 계획의 물질, 시멘트 → 이승환 / 목재 산업: 가장 오래된,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의 자원 → 김재경 / 공포,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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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산림청 개청 이후 현재까지를 다섯 시기로 나누어 숲과 건축이 어떻게 서로 다른 리듬으로 움직였는지를 추적하려 한다. 국가가 추진한 산림 정책의 외부 흐름과 건축계가 걸어온 내부 담론의 길이 어떻게 어긋났으며 그 사이에서 목조건축이 실천의 흐름에서 어떻게 비켜나게 되었는지를 차분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
→ 김선형, 「나무 없는 건축, 건축 없는 나무 -Formwork의 시대를 지나, 다시 Framework의 시대에 대한 고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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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의 발명과 같은 최근에 일어난 일은 역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콘크리트가 모든 확실성을 날려버리는 경향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해, 20세기에, 현대적 콘크리트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세 가지 버전이 있었다. |
→ 에이드리언 포티, 임윤택 번역, 「현대 콘크리트의 기원 신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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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에 영구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나무는 의심의 여지없이 미래에 인공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재료다.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 현대 목조건축은 기능과 상징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 조남호, 「부분과 전체, 생태 미학의 건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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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채굴해 시멘트로 바꾸는 것, 좀 더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지구가 갖고 있는 힘(geoforces)을 완전히 전유해 가치로 만들어내는 지식과 권력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지질학이 인종주의와 긴밀히 얽혀 있음을 폭로하는 캐스린 유소프는 이것이 주체가 되는 힘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시멘트 산업과 콘크리트 구조물은 식민지 환경의 물리적 변화와 대단히 긴밀히 얽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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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플라스틱이고 플라스틱이 나무인 시대에 건축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한 번 다른 재료와 합체한 플라스틱이 영원히 붙어 있게 된다면, 결국 모든 재료는 플라스틱이 된다. 그리고 플라스틱적 사고로 견고해진 이 재료로 만든 우리의 물질세계는 영원하지 않다. |
→ 최혜정, 「유기물의 두 얼굴 - 나무와 플라스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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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조의 제약을 관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일은 건축가로서 생각의 회로가 완전히 전환되는 과정이었다. 그것은 특정 형태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환경과 관계 맺는 근원적인 방식에 대한 물음과 답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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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생산 공정은 사실 매우 단순하다. 원료를 갈고, 섞고, 굽고, 다시 가는 일이다. 여기에는 사실 하이테크라 불릴 그 어떤 기술도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시멘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골재를 섞어 콘크리트가 되기도 하고, 석고와 혼합해 슬레이트가, 석면과 혼합해 석면 슬레이트가 되기도 한다. 또한 시멘트를 가공해 벽돌과 중공 블록, 기와, 관 등 다양한 건축 재료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시멘트와 시멘트를 가공해 만든 재료들은 전후 재건과 경제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 |
→ 이연경, 「시멘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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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콘크리트를 받치는 행위는 결국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목조 건축은 무게의 분산과 균형, 작고 가벼운 부재가 모여 거대한 구조를 이루는 분절과 집합, 점적인 기둥으로 시작해서 들뜬 바닥을 만들고, 넓고 가볍게 지붕을 드리우며 자연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태도나 구법을 가지고 있다. 반면 석조 건축은 그런 나무의 구축을 모방하거나 조각적 태도를 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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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들은 종종 새로운 것을 짓는 동시에 기존의 것을 보기 좋게 남겨두며 일종의 ‘이만하면 윤리적이다’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 윤리적인 것이든 미학적인 것이든, 거친 콘크리트 건축의 매혹적인 이미지는 브루탈리즘적인 것이 되었다. |
→ 전태규, 「젠틀몬스터 사옥과 브루탈리즘적 콘크리트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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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목조건축은 열, 습기, 빛, 소리와 화염 등을 다루는 건축물리*라는 기술 분과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보니, 어려운 개념과 수많은 수치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또 다른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기시감이 들지 않나. 우리의 1세대 현대 건축가들이 모더니즘 건축을 처음 대면했을 때도 지금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오히려 그 당황과 혼란이 훨씬 컸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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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의 실험적 건축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본이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집약적으로 나타낸다. 포트 플러스는 도시 환경에서도 목재가 가진 잠재력을 구체적으로 구현 가능하며, 구조체에 탄소를 저장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체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 송영대, 「가장 전통적인, 가장 미래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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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건설된 대부분의 아파트가 재건축 주기 30-50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아파트 산업의 복잡한 이동경로를 재구조화는 작업은 현재의 주택산업재료의 재활용이나 에너지 회수, 재사용에 참여하는 대안적 접근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
→ 강난형, 「분해를 위한 카탈로깅: 짓고 부수는 계획의 물질, 시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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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재소는 대부분이 영세한데, 표준화 없이 맞춤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와 대량생산이 되어야 소프트웨어와 기계의 효율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에서도 목구조를 과목으로 가르쳐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 혹은 목질 재료를 연구하는 농학부와의 연계를 통해 목구조의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 이승환, 「목재 산업: 가장 오래된,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의 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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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를 잇는 설득력 있는 경로는 도상적 재현이 아니라 구성 원리의 현대적 해석과 제작 기술의 적용에 있다. 건축가가 설계-구조-제작의 경계를 횡단하며 새로운 시공 및 설계 기술을 능동적으로 수용할 때, 동아시아 목조건축은 지역 전통의 지혜와 현대 산업의 역량을 접목한 새로운 구조-미학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
→ 김재경, 「공포,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정체성 -기원, 발전, 지역적 변용과 현대적 재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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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추상적, 선험적 진리를 추구한다면, 기술은 구체적 활동으로서 사건을 통해 존재 진리를 드러냅니다. ‘체계’보다는 ‘파편’으로 정의될 만큼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온 한국 건축은 설상가상 사회와 디지털 환경의 변화, 기후위기라는 기성건축의 체제를 흔드는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변화의 시기 『미로』 4호는 ‘나무와 콘크리트’라는 한국 건축에서 빈약한 기술 담론을 주제로 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모험의 속성은 성숙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지만, 현실인식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포럼을 통해 1998년 이후 솔토지빈건축이 지속해온 목조건축 현장의 경험을 통해 얻는 현장지식이 검증되는 개념의 실현성을 ‘부분과 전체, 생태미학의 건축’라는 주제를 통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 조남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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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유럽의 건축 잡지에 소개되는 신축 사례의 대부분이 목조건축일 정도로, 현대 건축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분명 여러 분야에서 나름의 노력이 있으나, 여전히 그 양과 질에서 뒤쳐진 인상을 지우기는 힘듭니다. 매스 팀버 구법으로 불리는 현대 목조건축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살펴 보고 앞으로의 담론 전개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건축 담론 중, 유난히 빈약한 기술에 관한 논의가 실은 건축의 시작점이며 건축에 관한 종합적 이해를 위한 필수재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 이세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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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대체 재료 개발이 활발히 논의되는 오늘, 이 포럼은 한국의 전후 복구와 산업화 과정에서 시멘트가 수행했던 역할을 다시 살펴봅니다. 구체적으로 시멘트의 역사와 생산 공정, 시멘트를 활용한 중공블록의 등장과 국민주택 건설, 나아가 시멘트 공장에서 도입된 새로운 콘크리트 배합 및 시공 방식을 중심으로 1950년대 이후 건설 기술의 전환 과정을 짚어봅니다. 전환기 건축의 핵심 요소였던 시멘트는 비록 전후 한국을 일으켜 세웠던 주인공으로서의 시간은 끝났을지 모르나,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시멘트 공장은 그 잃어버린 시간을 여전히 전하고 있습니다. 이 포럼은 바로 그 시멘트의 이야기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자리입니다." - 이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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